스님의하루

2024.02.10. 둥게스와리 마을 잔치, 마을 리더와 청년들 만남
"30년 전 수자타아카데미를 세운 목적이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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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스님은 오늘 인도 수자타아카데미에서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새벽 4시가 되자 도량석 소리가 우렁차게 울려 퍼졌습니다. 스님은 일찍 법당에 자리하여 명상을 했습니다.

오늘은 한국의 명절인 설날입니다. 인도JTS 공동체 대중들도 어젯밤 늦게까지 전을 부치고 나물을 무치며 잔칫집 같은 분위기로 차례상을 준비했습니다. 기도를 마친 후 보광 법사님이 대표로 잔을 올린 후 함께 차례를 지내고, 스님께 새해 인사도 올렸습니다.

차례상 음식으로 발우공양을 한 후 스님의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스님은 부탄을 답사하고 온 내용을 간략하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부탄 답사 일정을 잘 마치고 왔습니다. 이번 답사는 주민들이 어떻게 사는지, 생활 공간에 들어가서 가재도구들을 살펴보고, 학교와 보건소를 주로 돌아보는 일정이었습니다.

현장 답사를 해보니 생각했던 것과 다른 문제가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논과 밭이 산에 있어서 농업용수보다 식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곳곳에서 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산등성이에 살다 보니 물이 풍부한 부탄에서 오히려 식수가 부족한 문제가 많았습니다. 또 이번에 답사한 지역이 대부분 국립 공원이다 보니 야생 동물에 의한 농작물 피해가 많았습니다. 교육과 의료 환경은 비교적 기초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어서 특별히 신경 쓸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 날에 방문한 마을에서는 이빨이 없거나, 눈이 잘 안 보이거나, 귀가 잘 안 들리는 노인들이 많았습니다. 인프라는 잘 갖추어져 있는데 실제로 주민들이 인프라를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방학 기간이라서 학생들을 만나지 못했는데, 어쩌면 교육도 실제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려움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UN 통계로는 부탄의 GDP가 3천 달러를 조금 넘는데 실제 생활 수준은 8천 달러 정도 되는 나라와 수준이 비슷했습니다. 깊은 산속까지도 도로와 전기가 설치되어 있고, 화장실도 잘 갖추어져 있었습니다. 마을마다 길이 깨끗하고 빈부격차도 크지 않아 보였습니다. 어디든지 도시에 인구가 몰리는 현상이 있는데 부탄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농촌 청년들이 농촌에 남아 있게 할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이 정도가 제가 둘러본 부탄의 상황입니다. 부탄을 다 보았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부탄의 중간 계층은 이렇게 사는구나’ 하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음 답사 때는 어떤 것들을 더 조사할 것인지 항목을 뽑아서 미리 준비를 해야 합니다.

수자타아카데미에서는 오늘 마을 잔치를 하고, 내일은 스태프들과 소풍을 가고, 모레는 학교, 유치원, 마을을 둘러보고, 다음날 이사회를 하고, 다음날 상카시아로 갈 예정입니다.”

발우 공양이 끝나고 모두 마을 잔치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스태프, 학생들, 마을 청년들도 모두 일찍 와서 행사 도구를 챙기고 물품을 준비했습니다.

근래에 계속 안개가 껴서 쌀쌀한 기온이 이어졌는데 오늘은 해가 떠서 날씨가 화창했습니다. 9시가 되자 마을 주민들의 입장이 시작되었습니다. 평소와 다르게 저마다 예쁜 옷을 입고 깨끗한 차림으로 강당에 모였습니다.

운동장이 마을 사람들 얘기 소리와 음악 소리로 가득 찼습니다. 얼마 전 치른 개교 30주년 기념식에는 학교 졸업생들을 초대하느라 마을 사람들은 1가구당 1명만 초대했습니다. 오늘은 마을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올 수 있도록 했습니다. 오늘 잔치는 마을 주민들이 주인공입니다.

오전 10시에 삼귀의와 오계를 독송하고 교가를 합창하며 마을 잔치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인도 JTS 이사장인 쁘리야팔 스님이 환영사를 했습니다.

자그디스푸르와 드루가푸르 마을 청년들이 준비한 공연과 수자타아카데미 학생들이 준비한 춤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오늘 마을 잔치에 오신다고 다들 옷도 예쁘게 입고 오셨네요. 학부모 여러분, 아이들이 잘 자라니까 보기 좋죠?”

“네.”

“학생 여러분! 그동안 우리를 돌봐준 부모님께 ‘감사합니다’하고 큰 소리로 인사드리고 박수 한 번 쳐주세요.”

“감사합니다!”

“수자타아카데미 학교 선생님들과 JTS 스태프들의 봉사 덕분에 학교가 유지되고 마을 개발 활동들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분들께도 격려의 박수를 부탁합니다. 자, 그러면 준비된 음식을 맛있게 드시기 바랍니다.”

점심 식사를 할 시간이 다 되어 스님은 인사말을 짧게 하고, 공양 배식을 시작하게 했습니다. 약 3천여 명의 마을 주민들과 수자타아카데미 학생들은 질서정연하게 자리에 앉았습니다.

아이들은 강당에서 배식을 받았습니다. 먼저 배식을 받은 학생들은 '퐁당퐁당', '곰 세 마리' 등 한국 동요도 부르고, 힌디어로 된 인도 동요도 부르면서 전체가 공양 배식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함께 밥을 먹었습니다.

스님은 공양이 잘 이루어지는지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살폈고, 음식 맛은 괜찮은지, 양이 부족하지 않은지 점검했습니다.

공양 시간이 끝나고 스님은 JTS 인도인 스태프들의 부인들을 따로 불렀습니다. 스님은 누구의 부인인지 한 사람 한 사람 확인하고, 눈을 맞추면서 인사를 했습니다.

“점심 공양은 맛있게 잘 드셨습니까? 준비한 음식이 괜찮았나요?”

“네.”

“여러분의 남편이 하루 종일 JTS와 수자타아카데미에서 일하는데 벌이가 적어서 부인들이 불평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계속 그렇게 불평하면 제가 여러분의 남편을 모두 데려가서 스님을 만들어 버릴 거예요. 원래 JTS 스태프가 되면 결혼을 못합니다. 그런데 여러분과 결혼하는 것을 허락해 준 거예요. 그러니 남편을 잘 지원해 주세요.” (웃음)

수년간 JTS 스태프로 활동하고 있는 남편이기에 부인들은 이미 JTS의 활동 원칙을 잘 알고 있습니다. 부인들은 무엇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스님의 농담에 다 같이 웃기만 했습니다. 그저 마음을 하소연하고 싶었나 봅니다.

스님은 부인들에게 각각 사리를 한 벌씩 선물했습니다. 스태프들은 수년 전부터 부인과 여동생에게 사리를 선물해 주고 싶어했습니다. 그러나 스태프에게 지급되는 활동비로는 사리를 선물해 줄 수가 없었습니다. 부인에게 옷 한 벌 제대로 선물해주고 싶어하는 남편들의 마음을 스님이 대신 전달해 주었습니다.

“여러분, 비록 가난하게 살더라도 행복하게 살아야 합니다. 어떤 사람이 나보다 돈이 많거나 지위가 높아도 내가 그들보다 더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여기 있는 한국 사람들도 결혼하지 않고 가족들에게 신경을 안 쓰니까 이렇게 봉사할 수 있는 거예요. 모두가 결혼해서 부모와 자식을 생각하면서 살면 이런 활동은 불가능합니다. 누군가가 이렇게 봉사를 하니까 학교에서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고, 마을에 어려운 사람들도 돕고 살 수 있는 거예요. 남편이 다른 사람보다 돈은 적게 벌지만 좋은 일을 많이 하잖아요. 남편이 그렇게 봉사를 해 주니까 동네 아이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거예요. 다들 좋은 곳에 취직해서 돈을 벌겠다고 하면 누가 학교를 운영하겠어요. 그러니 남편을 지지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부인들의 이해와 배려 위에 스태프들이 활동할 수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후 이어서 마을 리더들을 만났습니다.

“요즘 마을 운영에 어려움은 무엇입니까?”

“물이 잘 안 나옵니다.”

“물이 잘 안 나온다는 게 무슨 말인가요? 초기에는 JTS의 지원으로 핸드 펌프를 팠는데, 요즘에는 모두 정부에서 수도를 설치하고 관리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네, 그런데 정부에서 설치한 수도 시설과 핸드 펌프가 노화되어서 물이 원활하게 나오지 않습니다.”

“그런 것은 정부에 이야기를 해야 해요. 지역 의원들에게 민원을 넣어서 이야기하세요.”

“지역 의원들도 이 상황을 알고 있는데, 위에서 어떤 비리가 있는 것인지 예산은 없어지고 문제 해결은 안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투표를 잘해야 돼요. 지역 문제를 해결해 줄 만한 사람인지 잘 알아보고 투표해야 하는 거예요. 요즘에는 인도 정부의 재정 상황이 나쁘지 않습니다. 중앙 정부에서 가난한 사람을 돕는 재정 지원을 많이 하고 있는데, 여러분들한테까지 잘 안 오는 거예요. 그 돈은 여러분들이 계속 요청하고 또 요청해야지 받을 수 있어요. 싸우라는 뜻이 아니에요. 인도 정부에 우리 마을에 대한 재정 지원을 계속 요청해야 합니다.

물을 얻을 만한 시설이 아예 없다면 JTS에서 도움을 줄 수 있어요. 그러나 인도 정부에서 수도 시설을 놓은 것인데 그게 고장이 났다고 JTS에 찾아와서 해결해 달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아요. 30년 전 둥게스와리에는 물을 먹을 수 있는 시설이 전혀 없었어요. 그래서 JTS에서 물 문제를 해결하는 일을 시작했지만, 이제는 둥게스와리도 인도 정부의 지원을 받는 곳이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 물 문제는 정부의 책임이에요. 앞으로는 여러분들이 정부를 찾아가서 ‘20가구가 물이 안 나옵니다. 이것을 해결해 주세요’ 하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마을 리더들은 마을의 물 문제를 정부를 통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 합니다.”

스님의 이야기를 듣는 마을 사람들의 표정은 진지했습니다. 30년 동안 마을도 성장했고, 마을 사람들도 성장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스님은 마을 리더들과의 대화를 마치고 마을 청년들과의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청년들은 공부는 했는데 일자리가 없어 어려움을 겪다 보니 수자타아카데미에 와서 일자리를 요구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몇몇 청년들이 스님에게 질문했습니다.

“스님, 30년 전 이곳에 학교를 세우신 목적이 무엇입니까?”

“30년 전 저의 목적은 문맹 퇴치 한 가지였습니다.”

“스님, 그런데 30년 동안 학교는 커졌지만 우리는 여전히 가난합니다. 30년 동안 무슨 성과가 있었다는 것입니까?”

“제가 30년 전에 왔을 때는 구걸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지금은 전부 초등 교육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제가 30년 전에 왔을 때는 결핵 환자가 300명 이상이었는데, 지금은 결핵 환자가 10명 이하입니다. 제가 30년 전에 왔을 때는 영양실조로 아이들이 쓰러지기 일쑤였는데, 영양실조에 놓인 아이들이 없습니다. 또 아이를 낳다가 산모가 죽거나 어린아이들이 죽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그런 경우는 거의 없어졌습니다.”

“죄송합니다, 스님. 사실 우리에게는 돈벌이가 필요합니다. JTS에서 우리를 고용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여러분에게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것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님은 사업가가 아니지 않습니까? 스님이 해줄 수 있는 것은 여러분 자녀들의 교육입니다. 하지만 그 이상은 제가 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들이 어렵다는 것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스무 살이 넘었습니다. 이제 성인입니다. 여러분의 인생은 여러분이 개척해 나가야 합니다. 그러나 어린아이들은 JTS가 책임지고 초등교육을 시키겠습니다.

그리고 JTS에서는 여기 있는 어떤 건물도 개인이나 단체의 이익을 위해 사용한 적이 없습니다. 30년 동안 오로지 아이들의 교육과 환자 치료를 위해서만 사용해 왔습니다. JTS가 마을에 가서 핸드 펌프를 설치해 주고 고장 나면 고쳐주었지, 우리가 다른 일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까?”

청년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잠깐의 공백이 이어졌습니다.

“JTS가 이곳에 있는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여러분들도 다 알고 있잖아요. 아이들 교육입니다. 둥게스와리에 있는 모든 아이들이 유치원을 다니거나 학교를 다니고 있어요. 모든 아이들은 카스트와 상관없이 성별에 관계없이 차별받지 않고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정부가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지겠다고 하면 저는 수자타아카데미도 인도 정부의 관할로 모두 이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아직은 정부의 학교 운영이 잘 안 되잖아요. 그래서 수자타아카데미로 아이들이 오고 있잖아요. 저는 아이들을 위해서 여기 있는 거예요. 아이들이 교육을 못 받는다거나, 아이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면 이야기를 해주세요. 얼마든지 시정하겠습니다.”

스님은 마을 청년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마을 청년들은 스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JTS 스태프가 된 일부만 스님과 시간을 가지니 서운한 마음이 든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는 시간이었습니다. 실타래가 풀리듯 감정이 풀려 나가자 오해도 풀리고 긴장감도 풀렸습니다.

“오늘은 이 정도만 이야기해요. 다음에 제가 올 때는 항상 여러분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질게요. 일 년에 한 번은 제가 올 겁니다. 그때마다 마을 청년들과의 시간을 꼭 갖겠습니다.”

“네.”

스님은 마지막으로 청년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한 사람씩 손을 잡고 인사를 했습니다.

청년들과 악수를 하며 얼굴을 마주하는데, 십수 년 전 스님이 델리에 있는 한국 기업에 취업을 시켜주었던 청년들의 얼굴이 보였습니다. 그때 한국 기업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야 했던 청년들이 고개를 들지 못하자 스님이 먼저 손을 꼭 잡아 주었습니다.

스님은 JTS 사무실로 돌아와서 스태프들과 오늘 하루 있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스님은 청년들의 불만을 나쁘게 보지 말고 청년들의 입장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지 이야기했습니다. 코로나 이후 외지에서 돌아온 청년들이 일자리가 없다 보니 이런 요구가 생긴다는 것, 밖에서 볼 때는 이곳에서 일하는 스태프들이 헌신하고 있는데도 안정된 일자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서 더 많이 고용해 달라는 요구를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스태프들에게 JTS는 사람을 고용하지 않고 자원봉사로만 운영한다는 것, 스태프들에게 최소한의 생활비만 제공한다는 것을 잘 알려서 오해가 없도록 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저녁 공양을 한 후 예불을 하고, 저녁에는 원고를 교정하고 휴식을 했습니다.

내일은 인도JTS 스태프들과 함께 소풍을 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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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하이

스님은 청년들의 불만을 나쁘게 보지 말고 청년들의 입장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지 이야기했습니다. 코로나 이후 외지에서 돌아온 청년들이 일자리가 없다 보니 이런 요구가 생긴다는 것, 밖에서 볼 때는 이곳에서 일하는 스태프들이 헌신하고 있는데도 안정된 일자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서 더 많이 고용해 달라는 요구를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

2024-03-26 21:48:57

김윤정

감사합니다.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이해해주시는 모습 잘 배우겠습니다.

2024-02-16 09:17:51

김종근

감사합니다

2024-02-15 14: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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